잠깐 멈춰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그것을 글로 쓰려면 사르르 사라진다. 꿈을 기억하려는 것처럼.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다가 하나의 초점에 집중하느라 주위의 것들을 잊어버리는 것과 비슷한 거 같다. 흘러가듯이 글을 쓴다.

일을 너무 하기 싫다. 일이 재미없어서인가. 아니면 나 스스로의 문제인가. 나의 의지가 꺾여버린 거 같아 불안한 마음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은 잠시 쉬어가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잠깐 머리를 비울 필요가 있다면서. 코로나때문에 밖을 마음대로 못 나가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는 거 같다. 뭐가 뭔지는 잘모르겠지만 반년 뒤에는 내가 이렇게 느꼈던 생각들 중에 어느 것이 맞는지 알겠지.

길게 한 두달 쉬고 싶다. 가만히 누워서 평온한 음악을 들으며 잠들고, 커다란 스크린을 사서 캬라멜 팝콘에 영화를 보고싶다. 새벽엔 와인이나 맥주 그리고 회를 먹으며 유튜브를 보거나 여행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다. 고사양의 데스크탑 컴퓨터를 사서 하루종일 배틀 그라운드를 하고 싶다. 아무 걱정 하지 않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면 이제 현실적인 것들이 머리에 들어온다. 목표가 사라진 거 같은 느낌이다. 잠시 동안은 흘러가는대로 지내도 좀 괜찮지 않을까. 남들에게 최대한 피해는 끼치고 싶지 않으면서.

Unsplash 사이트의 사진들을 보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묘한 설렘이 마음 속에 들어온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진도 찍어보고 싶어진다.

큰 문제가 아닐 거라 생각하면서도 바로 반대편엔 불안함이 있다. 머리의 한 구석엔 저녁에 본 거 같은 모기가 내가 잘 때 물진 않을까하는 걱정도 든다. 이렇게 흐르듯이 글을 배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면들이 자극을 받고 있는 중인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다보면 너무 긍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면서 그 반대에 있는 부정적인 감각들을 외면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종종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그냥 모른척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마비제같은 느낌이다. 무언가 안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내가 그것을 고치려면 어떤 큰 것을 깨부숴야할 거 같고 나 스스로도 깨져버릴 거 같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그냥 모른 척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깨야하는가에 대해서 갈등할 때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이 느껴지면서 안보이던 생각들이 명확히 보일 때가 있다. 그 느낌이 나는 너무 좋다. 모든 것을 제대로 알아차려버린 거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