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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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Caleb Fisher on Unsplash

1월 첫 주 한 주가 휴가이다. 지금이 아니면 작년에 있었던 일을 언제 떠올려볼까 싶어서 잠깐 시간을 내어 정리해보기로 했다.

작년의 목표?

어딘가에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지만 작년 2월 겨울에 길을 걸으면서 머리속으로 되뇌었던 작년 목표가 생각난다.

1)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져보자. 2) 졸업을 하자.

위의 두 개를 작년 최소 목표로 삼았다. 그러니까 아무리 못해도 위의 두 개는 지켜보자는 의미이다. 첫 번째 목표에서 말하는 ‘다양한 것’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제외한 다른 분야를 포함한다. 이걸 목표로 삼았던 이유는 너무 엔지니어링적인 측면에만 관심이 많았던 나머지 업계에서 일어나는 뉴스나 동향들에는 너무 무관심했던 재작년의 나를 보고 반성하는 의미에서였다.

두 번째 목표인 졸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신경에 거슬리는 하나의 커다란 태스크처럼 남게되었다. 항상 관심있어하고 재미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몰입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올해 목표’라는 특별한 라벨로 ‘졸업’이라는 태스크를 마킹해두지 않으면 계속 신경쓰지 않을 것 같았다. 올해에 처리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욱 졸업이라는 것이 눈엣가시같은 존재가 될 것 같았기 때문에 올해에는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우선 졸업은 거의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쓰고 있는 날을 시점에서 마지막 남은 졸업 논문을 모두 작성하였고 ‘너무나도 바쁘신 지도 교수님’께서 승인만 해주시면 졸업을 위한 할 일은 모두 마무리된다. 다양한 것에 대한 관심은 많이 넓어지지는 않았다. Back-end, devops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더욱 깊어지면서 ‘내가 아직 많이 모르는구나’라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한번) 내리게 되었고 그래서 나의 관심 분야는 조금 더 디테일하게 집중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글과 기록

작년 5월 쯤에 썼던 회고글에서 소개된 <테크니컬 리더>라는 책을 읽으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작년에 썼던 일기들을 죽 읽어보았는데 ‘이러이러한 것은 너무 좋으니 시간을 내어 글로 정리해봐야겠다’ 라는 말이 자주 보였다. 주로 어떤 소프트웨어에 대한 아이디어, 기술에 대한 개념 혹은 읽었던 책에 대한 감상에 대한 정리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왜 하지 못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가장 쉬우면서 정확한 대답은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일 때문에 너무 바빴다.’ 등이 있겠다.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하루에 1시간이라도 시간을 내어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게 좋을 것 같다. 작년에 썼던 일기나 블로그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 인사이트를 얻는 것은 둘째 치고 우선 재미가 있다. 내가 작년에는 이런 생각들을 했고 이런 것들을 봐왔구나라는 것을 보고 다시 떠올려보게된다.

작년에 읽었던 책 중에 올해에도 다시 읽어보고 싶거나 아직도 정리해보고 싶은 책은 <테크니컬 리더>, <상자 밖에 있는 사람>, <규칙 없음>이다. 읽었던 책들을 여기에 생각날 때마다 정리했는데 이것도 관리하기가 어렵더라. 몇 권은 누락된 것 같다.

생각의 프레임워크

‘일’에 대한 관점이 작년에 조금 바뀌게 되었다.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한다고 하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떠올리게 된다. 팀에서 관리하는 커다란 보드에서 하나의 카드를 할당 받는다. 보통 카드에는 이슈나 제품에 새롭게 추가하는 기능에 대해서 작성되어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카드에 적힌 목표(이슈 해결, 버그 픽스, 기능 추가)를 달성하기 위해서 코드를 추가/수정하고 테스트와 배포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일은 어떤 문제점이 존재하고 그 문제점을 팀원들과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9월부터 서버 플랫폼팀이 만들어져 이쪽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커다란 보드’도 없고 ‘카드’도 없다. 새로운 팀에서 ‘카드’에 적힐 목표들을 같이 탐색하고 어떤 것을 먼저 카드로 만들지도 정해야했다. ‘No rules rules’의 상황이었다.

주위 뛰어난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처음부터 하나씩 규칙을 정해가고 커다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옆에서 같이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초반에는 적응이 잘되지 않았지만 주의 사람들의 피드백과 관찰을 통해 내가 일을 하는 방식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생각의 프레임워크’는 지어낸 말이고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서 조금 있어보이게 표현해보고 싶었다. 생각하는 방식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방식은 어떤 일을 스스로 하거나 다른 사람과 협동을 해야할 때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바뀐 생각의 방식을 요약하면 현재 상황에서 문제점을 먼저 정의하는 것이다. 이전의 내 사고방식은 도구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는데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왜냐하면 그런식으로 이 때까지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아직 갈 길이 멀긴하지만 지금은 조금 나아져서 도구를 버리고 문제점을 먼저 찾는 것에 집중하려고 하고 있다.

나한테 한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사고 방식은 강력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사고 방식이 단지 일을 할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제품을 만드는 등 모든 것을 할 때 적용되는 일반적인 프레임워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에 만난 행운 중에 하나가 이러한 방식을 깨달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

이 이야기는 6월쯤부터 생각하게된 개인적인 목표인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시스템의 저수준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관찰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1)호기심과 2)하나의 생각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호기심은 말 그대로 호기심이다. 내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기술들 예컨데 Kubernetes, Spring, Webflux 혹은 우리가 그냥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들 예를 들어 네트워크와 같은 것들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평소에 너무 궁금했다. 책이나 문서를 통해 시스템에 대해 읽어보기는 했지만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내부적으로 동작하는지는 살펴보지는 못했다. 가끔 유튜브를 통해서 Kubernetes 특정 동작에 대한 영상을 보게될 때가 있는데 이게 정말 맞는지 의심을 하게될 때도 있다.

하나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이전에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Kubernetes, Webflux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기술들은 정말 뛰어난 사람들이 만들었다. 그리고 각각의 기술들은 엄청난 아이디어들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경쟁자들로부터 살아남아 현재까지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디어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들을 통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상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서 지금 쓰고 있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도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I do think a good framework for thinking is physics. You know, the sort of first principles of reasoning. What I mean by that is boil things down to the fundamental truth and reason up from there as opposed to reasoning by analogy.
– Elon Musk

이 분의 말씀 덕에 조금 용기를 얻기는 했지만 이러한 과정이 당장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아니다. 또한 당장 하는 업무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길게 봤을 때 이것을 했을 때의 경험과 과정이 훗날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고 상상해본다.

라이프 스타일

이제 조금 눈에 보이는 행동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9월쯤부터 술을 ‘거의’ 안마시게 되었다. 이것의 동기는 회사 동료와 함께한 엄청난 과음이었는데 다음 날 고통을 받으며 이제부터는 정말로 술을 안마시겠다고 생각하게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다짐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바쁜 일정 덕분에 이것을 어느 정도 실현되게 되었다. 벌써 술을 ‘거의’ 입에 안댄지 5달이 되어가고 있는데 5달 동안 합쳐서 맥주 두 캔정도 마신 것 같다. 시간이 지나다보니 술을 안마시겠다고 해서 안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잘 안나고 마시더라도 이상하게 이제는 술이 맛없다고 느끼게 되었다.

두 번째는 홈오피스 체제 전환이다. 이건 비교적 최근부터 바뀌게 되었는데 이것의 모티브는 근무하던 빌딩의 다른 층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부터였다. 이전에는 꼬박꼬박 오피스로 출근했었지만 이번 사건을 겪으며 지금까지 내가 코로나가 걸리지 않은 것은 단순히 운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내 건강을 순전히 운에 맡기기는 싫어서 홈오피스 체제로 바꾸게 되었다. 한 달이 채 안되었는데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 (그리고 시간)을 분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목표

마지막으로 올해 최소 목표에 대해 쓰고 마무리 해야겠다.

  • 영어 공부: 올해부터 의식적으로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시간을 쓸 것이다. 말하고 듣는 것을 주로 연습할 것이다.
  • 기본에 대한 이해를 위한 프로젝트 마무리: 작년부터 몇 개에 대해서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쁜 일정때문에 우선 순위가 항상 미뤄지게 되었다. 올해에는 영어 공부와 마찬가지로 의식적으로 조금이라도 시간을 할당하여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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